라이시 시신 테헤란 도착…애도 인파 속 일각선 '다른 표정'

오늘 대규모 추모식, 하메네이 추모기도 할 듯

러시아·인도·튀르키예 등 조문단 파견

반체제 진영은 분노 속 반색…사법당국, '기소 엄포' 단속

21일(현지시간) 테헤란 모살라 모스크에서 열린 추모행사에 참석한 이란 국민들.
21일(현지시간) 테헤란 모살라 모스크에서 열린 추모행사에 참석한 이란 국민들.

[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신재우 기자 =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을 위한 대규모 추도식이 22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에서 거행된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라이시 대통령 등 사고 헬기에 탑승했다가 변을 당한 고인들을 위한 기도를 집전할 예정이다. 러시아와 튀르키예, 인도 등에서 온 외국 대표단도 추도 행사에 참석한다.

이란 IRNA 통신은 라이시 대통령과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의 시신이 전날 오후 수도 테헤란의 메흐라바드 공항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정부 및 군 고위인사들이 레드 카펫에 도열해 시신을 맞았다. 군 호위대가 관을 옮기는 동안 많은 사람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IRNA 통신 영상에 담겼다.

당국은 앞서 라이시 대통령의 시신을 비행 목적지였던 동아제르바이잔주(州) 타브리즈로 데려가 장례행사를 치른 후 테헤란으로 운구했다.

이란은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이 확인된 지난 20일 5일간의 국가 애도기간을 선포했고, 22일은 공식 공휴일로 선포했다.

당국은 22일에 전국적으로 장례 행진 등이 진행될 수 있도록 모든 사무실이 문을 닫는다고 발표했다.

이란에서 가장 큰 모스크(이슬람 사원) 모살라에서 열리는 이날 추도식에는 대규모 인파가 모여들 것으로 보인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오전에 직접 추모 기도를 하고, 오후에는 외국에서 온 조문단이 참석한 가운데 추도 행사가 진행된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 의장, 세브데트 일마즈 튀르키예 부통령, 날 자그딥 단카르 인도 부통령,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 아프가니스탄 부총리 대행 등이 추모식에 참석 의사를 밝혔다.

공휴일 추모 행사는 테헤란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진행된다.

이란 대통령 등 헬기 추락 사고 사망자의 관이 추도식장으로 옮겨지고 있는 모습
이란 대통령 등 헬기 추락 사고 사망자의 관이 추도식장으로 옮겨지고 있는 모습

[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이어 23일에는 라이시 대통령의 시신이 고향이자 이슬람 시아파의 주요 성지인 마슈하드로 옮겨진다.

모흐센 만수리 이란 행정 담당 부통령은 앞서 라이시 대통령의 장례식이 마슈하드에 위치한 이맘 레자 사원에서 거행된다고 밝혔다. 시신은 제8대 시아파 이맘(종교지도자)의 영묘에 매장된다.

CNN은 이란 반관영 MEHR 통신이 이곳 장례식에서도 하메네이가 추모 기도를 집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이란 전역에서 라이시 대통령 추모 분위기가 일고 있지만, 반체제 인사를 숙청하고 인권탄압을 자행한 대통령에 대한 분노도 감지되고 있다.

NYT는 "일부 이란인은 라이시를 애도했지만, 다른 이들은 반체제 인사의 처형을 감독하고 시위대를 폭력 진압·살해하고 언론인과 활동가를 체포한 부패 정권의 핵심인물로 여겨진 그가 세상을 떠난 것을 환영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 방송도 "반대자들은 라이시의 죽음을 '좋은 소식'(good news)이라고 축하했다"고 전했다.

SNS에는 전국적으로 히잡 시위가 일었던 2022년에 살해되거나 불구가 된 시위대의 사진과 함께 라이시 대통령의 죽음에 관한 냉소적인 댓글이 올라왔고, 테헤란의 여러 곳에서 폭죽이 터지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들도 보였다.

사법부 관리들은 대통령의 죽음을 축하한 것으로 밝혀진 사람은 누구든 기소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분위기 단속에 나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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